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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동 대림벽산아파트 임대텃밭 /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363 대림벽산아파트



 

단지 내 자연 생성되 주민용 임대텃밭

 

 대림벽산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을 위한 임대텃밭으로 쓰이는 이곳은 도시계획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중계지구 일대가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인접한 배나무 과수원 일대가 개발지구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툭 불거진 이 일대가 아파트 단지의 중간부를 밀고 들어온 형태로 볼 수 있다. 아파트가 조성된 뒤 처음에는 이곳이 비록 도시공원으로 지정되었지만 여전히 배나무가 심겨져 있었으며, 과수농원으로서 그 기능을 감당하였는데 과수원 소유자와 단지 내 주민들 사이에 약간의 의견 충돌이 생기게 되었다. 다름 아니라 과수재배를 위한 농약분무 등이 일상적인 거주활동과 분위기에 그리 좋지 않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과수원 경영자에게 전해진 것이다. 과수원 소유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온 부분을 주민들을 위한 임대텃밭으로 제공한 것이다. 그 후 주민들은 해동기(解凍期)만 되면 서둘러 텃밭 주인과 1년 단위의 텃밭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밭 한 고랑 단위로 텃밭을 가꾸는 일이 일상이 된 곳이다. 도심의 한 복판에 스스로 가꾼 채소를 식재료로 삼는 사람들이 사는 곳. 우리가 소망하는 좋은 공간,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이곳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며 바람직한 시사를 하고 있다. 하나는 소위 개발가능지역과 개발지에 포섭되지 아니한 부분 사이의 공간적 관계설정과 관련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예기치 않은 어느 날 갑자기 일정한 권역이 개발대상지구로 지정이 되고 소위 개발사업이 시행되면 개발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현격한 물리적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 구릉지를 개발할라치면 구릉지의 하단부는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콘크리크 옹벽이 들어서면서 도시공간과 구릉지의 물리적 단절을 초래하는 경험을 우리는 수시로 보아 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개발지구와 그 외연부의 경계지역을 공간적으로, 물리적으로 어떻게 융합하고 관계 맺을 것인가의 차원에서 이곳은 매우 중요한 계획적 시사를 얻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단지 내 주민공동시설이나 부대복리시설기준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정책적 시사이다. 주민공동시설이나 부대복리시설의 경우는 계획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낯모르는 이웃들이 이를 매개로 새로운 근린관계를 형성하면서 우애롭게 지내라는 규범과 가치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197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도시기반시설의 절대적 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일시적인 자구노력에 불과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주민들의 근린과 친화가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텃밭을 통한 도시인들의 창조적 노동과 도시농업을 통한 사회적 근린의 형성이 이곳에서는 벌어지고 있으며, 나아가 스스로 재배한 채소로 식단을 꾸미는 자생적이며 자립적인 도시영농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는 곳이다.

 

박철수_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상호이익을 추구한 균형의 산물

 

  아파트 단지 안에 돌출된 형태로 이뤄진 주민임대용 텃밭은 대지 형태가 소위 ‘깨끗한 모양’으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섬에 따라 실질적으로 주변 배밭의 과수 재배를 본격적으로 하기에도 어렵고 그렇다고 놔두기에도 애매한 상황에 놓여있던 땅이다. 아파트 단지와 연결되어 있는 배밭은 경사진 구릉으로 되어있다. 이런 특이한 지형 및 위치적 조건 위에서 밭주인의 이해관계와 주민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져 이루어진 절묘한 방식의 임대용 텃밭이 탄생했다. 따라서 이 공간은 의도적으로 설계된 공간이기보다는 우연적 상황을 땅주인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각자의 효용을 높이는 것을 추구하다가 협상의 결과로 탄생한 소위 ‘이익 추구 균형의 산물’이다.

 

  이 공간이 결과적으로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공간환경을 만들어 냈다는 점은 동의하는 바이다. 그런데 그것이 매우 특이한 상황조건 아래서만 가능한 현상이고,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설계하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것이 곧바로 ‘한계’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모든 공간환경은 각자 특수한 맥락과 조건 속에서 형성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어진 조건과 맥락을 얼마나 적극적이고 충실하게 해석하고 변수들을 끌어내고 협상하고 재조합해 냈느냐 하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를 줄 필요가 있다. 반면, 같은 아파트 단지 내의 어린이 놀이터 자리는 이와 대조적으로 버려지고 폐허화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된다. 한 아파트 단지 안에 특기할 만한 ‘좋은 공간환경’과 함께 매우 낭비되거나 부정적으로 퇴락한 ‘나쁜 공간환경’이 공존한다는 점, 같은 주민집단이 이 두 가지를 모두 만들어낸 주체라는 점을 주목한다. 하나의 공간 문화적 산물이 지닌 가능성 못지 않게 그 하나하나가 모여 이루는 유기적인 공간 관계망 속의 주민 주체와 생활환경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송도영_한양대학교 교수

 

 

 

 

텃밭에 관한 단상

 

부럽다. 나지막한 야산을 내려다보면서 사는 기분은 어떨까?

내가 먹는 채소를 내가 가꿀 수 있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텃밭을 바라보는 저 할머니들의 한가한 오후가 참으로 여유롭다.

 

여유가 있다. 택지개발계획을 세울 때 가용지를 확보하려고 경사지를 야금야금 파먹고 들어가다 보니 토지이용계획은 공원/녹지이지만 실상은 접근 불가능한 자연인 경우가 많았다.

경사지와 평지가 맞닿는 부분의 일부라도 가용지에서 제외하여 이러한 텃밭이나 산책로를 만들면 어떨까?

 

텃밭이 좋긴 하지만, 공공적 이용에는 한계가 있다.

‘만약 주택공사가 과수원을 수용하였다면 텃밭이 과연 최선일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일종의 둘레길 / 올레길처럼 자연을 벗 삼아 거닐 수 있는 산책로가 만들어진다면 텃밭보다도 더 많은 시민들이 사랑하지 않을까?

 

김대성_해안건축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