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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두

위 치 제주 서귀포시 대포동 2016
용 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1,846 m2 지상층수 2
건축면적 368.39 m2 지하층수 -
건폐율 19.96 % 구조 철근콘크리트
연면적 473.14 m2 용적율 25.63 %
외부마감 곶자왈돌, 노출콘크리트, 시멘트블럭, 스터코플렉스 외단열시스템 그래뉼 내부마감 콘크리트 위 에폭시마감, 시멘트블럭, OBS합판, 도장, 벽지, 원목마루, 자기질타일
작품설명 먼 곳에 있는 고향 '에리두(ERIDU)'

여행을 하고 돌아와 타지에서의 기억들을 더듬다 보면 머물렀던 숙소의 쾌적함에 따라 추억의 질이 좌우된다. 좋은 곳에서 좋은 것 보고 좋은 음식 먹고 숙소로 돌아와 내 집처럼 포근한 이부자리에 드는 순간의 쾌감은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힐링이 아닐까. 세계 곳곳에 여행을 많이 다닌 젊은 건축주 내외는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호화롭고 화려한 숙소보다는 작고 허름해도 그 지역의 토속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사람 냄새가 나고, 집 밥과 같은 아침밥이 나오는 편안한 분위기의 안식처를 만들고자 했다. 명칭도 그래서 '펜션',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통속적인 것들 보다는 '고향에서 먼 곳에 지은 집'이라는 단어와 '나그네가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ERIDU, cafe & beds' 라고 지었다.

서귀포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의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삼각형 모양의 부지는 제주 특산물인 감귤나무가 오랫동안 가득했던 농장이다. 남으로는 바다, 북으로 한라산이 조망되고, 대지 주변은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정겨운 마을이다. 이런 대지의 땅을 파고 무언가를 지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쉬워서 나무를 최소한으로 건드리면서 건물을 앉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설계가 시작되었다. 560평의 대지에는 건축주 내외의 집 20평, 부모님 내외의 집 30평, 5개의 원룸 게스트하우스들, 그리고 40여 평의 카페와 가족실, 그리고 세탁실 등 부대시설들을 모두 합쳐 총 150평가량의 면적이 요구됐는데, 각각의 시설들은 서로 붙어 있을 필요가 없는, 오히려 떨어져 있을수록 좋은 시설들이기에 한 개의 '건물덩어리'를 배제하기로 했다. 그래서 건축주에게 제안한 첫 번째 안은 기존의 감귤나무들 사이사이에 각각의 공간들을 흩뿌려 놓아 전체적으로 감귤나무와 건물들이 뒤섞여 있는 형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공사비도 많이 안 들 것 같았고, 크고 작은 공간들로 분리되어 프라이버시도 보장 되며 자연과 섞여 있어 너무나도 친자연적인 안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관리적인 면을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건물이 자연 속에 숨어 있는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모뉴멘탈한 느낌으로 손님을 더 끌고 싶은 마음 왜 없었겠는가.

그런 마음을 헤아려 또 다시 제안을 한 것은 한 개의 구조와 설비로 모든 시설들이 이어진 건물이지만, 각각의 공간들만은 여전히 서로 떨어져 있는 형상이었다. 1층에는 카페와 가족실이, 2층에는 새로운 대지를 만들어 다섯 개의 게스트하우스들이 각자의 마당을 가지고 배치되어 있다. 복잡한 도심지를 떠나고픈 도시인이라면 만끽하고 싶은 작은 로망일 것이기에 게스트하우스에는 잠 잘 공간만 두고 집 앞의 마당을 통해 자연 속에 묻혀 있는 느낌을 주었다. 많은 감귤나무들의 자리를 대신하여 그 자리에 건물을 앉혔지만, 그 자리에는 새로운 대지가 만들어져 다시금 자연이 생긴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기 집에서는 외부로 나가야 카페로 갈 수가 있고, 1,2층으로 구분되어 있는 건축주와 부모님 댁은 각자 별도의 출입구를 두어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외장재로는 제주도에서는 너무도 흔하지만 제주도 외에서는 사용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곶자왈돌'(담장으로 사용하는 돌)을 사용하여 바깥의 돌담이 우리 부지로 따라 들어와 건물의 외벽에까지 이어지는 그런 돌담과 같은 형상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곶자왈돌 시공자들도 다 현지의 돌쟁이들이였다.

완공 후, 에리두에서는 벌써 여러 차례의 콘서트와 이벤트들이 진행되었고, 연예인을 포함해 반 이상이 외국인 숙박객이라는 건축주의 자랑을 들으니, 시집가서 잘 살고 있다는 딸의 소식을 들은 애비의 마음처럼 푸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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