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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헌(文庭軒) _글을 뜨는 집

위 치 경북 김천시 봉산면 태화리 756-2
구 분 신축
용 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519 m2 지상층수 1
건축면적 109.69 m2 지하층수 -
건폐율 21.13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연면적 99.82 m2 용적율 19.23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적삼목, 투명복층유리 내부마감 강화합판마루, 실크벽지, 노출콘크리트
작품설명 포도밭이 무성한 태화리의 마을길을 지나 대지에 이르니, 이내 시선을 사로잡는 낯선 듯 낯설지 않은 풍경들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친근한 스케일의 길 옆 사철나무 담장, 운치 있게 가지를 늘어뜨린 오래된 감나무 한 그루, 석축으로 쌓아올린 뒷담장과 비닐하우스, 마을회관과 이웃하는 낮은 회색빛 블록담장, 그리고 사람들....... 모방할 수 없는 자연의 요소들과 어우러지는 정감 있는 집, 자연을 향해 열려 있는 관계와 흐름의 건축을 담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산책로’적인 건축(Promenade) 공간경험을 누적시키는 ‘산책로’적인 건축개념은 내부와 외부의 순차적인 조망과 함께 중첩된 벽체들에서 잘 나타나는데, 이는 공간의 깊이감과 진입 방향성을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진입부에 놓인 절제된 형태의 출입구는 또 다른 공간으로의 전이를 위한 오브제다. 진입공간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치 부유하는 듯한 볼륨의 횡적 가벽으로 둘러싸인 집이 중첩되어 나타난다. 수평적인 흐름을 강조하는 노출콘크리트 가벽은 보다 적극적인 시선유도의 방식으로 사용되며 시각적으로 부각된다. 평활한 벽면에서 돌출된 캔틸레버 장식보를 통해 동적인 각도로 길게 떨어지는 자연의 빛은 콘크리트의 물성과 함께 자연스럽게 현관 앞 데크로 인도되어 진입가벽 및 주출입구의 위치를 인지시킨다. 또한, 콘크리트 가벽의 흐름을 타고 길게 이어지는 시선은 사철나무 담장을 지나 먼 산자락에 잠시 머무른다. 내부로 들어서면, 먼저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바닥과 일체되어 이어지는 잔디를 따라 후정의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게 되는데, 이는 시각적으로 공간의 무한한 수평적 확장을 유도하는 건축적 요소다. 다시 복도를 따라 거실로 들어서는 순간 천창을 통해 은은하게 내려오는 확산된 빛의 기운을 느낀다. 솔리드와 보이드를 반복하는 벽체의 구성은 자연채광과 함께 내부와 외부공간을 순차적으로 느끼게 하는 건축적 산책 요소로 작용하며, 긴장감 있는 진입방향성을 유도한다.
선택적 조망을 위한 가벽 거실에서 보이는 안뜰은 선택적 조망을 위한 가벽과 함께 변화하는 계절의 풍경을 담아내고, 서재와 시각적으로 연결된 툇마루를 통해 노출콘크리트 가벽의 끝단에 걸린 먼 산의 풍경을 간접적으로 주시한다. 이러한 건축적 요소는 자연을 선택적으로 끌어들이는 장치가 되며,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긴밀한 은유적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켜와 켜 사이의 공간을 통해 생성된 영역성과 시선 및 동선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다양한 형태의 벽은 자연과 소통한다. 복도와 후정, 거실과 안뜰, 서재와 툇마루로 이어지는 내외부 공간의 유기적인 설정은 끊임없는 관계와 흐름의 건축을 만들어낼 것이다.

태화리에서 1
까만 염소가 칠순의 큰아버지를 끌고 집으로 든다 까칠까칠 몸 비비며 서 있는 나락들, 여물지 못한 낟알들이 바람으로 떨어져 내렸다 벼 베지 않았고, 탈곡기 피댓줄에 감겨 돌지 못했다 헛청에서 땅콩과 검은콩의 갈걷이를 얘기하는 어머니, 쌀독 비어갔다 아버지는 저물녘 창수 형님의 봉고차에서 내렸다 젊은 축과 어울려 공사판을 떠도는 당신, 그 잡부의 차림은 미장하지 않은 벽돌의 틈, 겨울바람이 거칠게 쌓이고 기워져 있었다 장대가 닿지 않아 남겨진 감들, 끄트머리에서 다닥다닥 엉긴 감들이 내리는 그림자, 대문은 죄다 열려 있었지만 수챗구멍의 쥐들만이 간혹 그 골목을 횡단했다 아무도 그해 여름 냉해를 말하지 않았고 몸체에 귀 대면, 포도나무의 숨소리 뿌리로부터 새어나오고 있었다. - 수런거리는 뒤란(문태준 시집)에서

문정헌은 시인 문태준의 고향집이며, 그의 시 ‘태화리에서 1’은 시와 건축의 공감대를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서정적인 감성으로 다가오는 시어들과 이미지들의 중첩에서 마치 자연을 끊임없이 산책하는 느낌이 든다. 자연과 인간이 교감할 수 있는 건축적 요소들과 시적인 감성을 통해 내부와 외부가 소통하는, 시퀀스(sequence)가 있는 건축적 산책(promenade)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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