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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마니아

위 치 충남 당진시 고대면 당진포리
구 분 신축
용 도 미지정 
작품설명 대지는 당진군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독일인 마을에 위치한다. 수년 전 당진군에서 재독일 교포들에게 토지를 분양할 당시의 계획을 보면 아마도 남해에 있는 독일인 마을을 벤치마킹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독일에서 살다온 건축주들에게 독일의 기억을 간직하게 해준다는 의도와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관광단지를 만들려는 계획도 보였지만, 놀이 동산의 세트를 연상시키는 박제된 독일풍의 주택 단지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더구나 구체적인 마스터플랜도 없이 진행된 탓인지, 이미 마을에는 현지 업체들이 짓는 독일식도 아닌 국적불명의 전원주택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이곳에 지어지는 독일풍의 주택은 어떠해야 하는가가 최대의 고민거리였고, 이미 머릿속에 독일풍을 담고 있는 군청담당자를 설득하는 것이 최대의 난관이었다. 고민끝에 만들었던 근사한 초기안이 군청 담당자에게 몇차례 퇴짜를 맞고나니 몸 속에서 슬슬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은 무대의 세트가 되느냐 마느냐를 떠나 건축의 진정성과 보편성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땅의 형국이나 자연, 환경은 물론이고 인간의 삶까지, 건축은 담아내야 할 요소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결국 건축의 형태를 미리 규정해 놓고 거기에 맞추어야 한다면, 오히려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내외부의 공간 구성을 주어진 상황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게 하여 절충적이긴 하지만 변형된 새로운 형식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멀리 남서쪽으로 보이는 저수지와 축사들이 있는 마을의 풍경은 흔한 시골 풍경인 반면, 북서쪽 대지 아래로 펼쳐진 소나무 군락은 좋은 조망이 된다. 각각의 필지들은 이미 2 m씩 레벨 차이를 두고 평평하게 조성되어 있었으므로 지형을 살려서 계획하기는 어렵게 되어버렸고,앞뒤로 집이들어서면 북서쪽을 제외한 1층에서의 조망은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게르마니아는 두가정을 위한 프로젝트다. 70평이 안되는 면적에 두 건축주 부부는 단독주거가 아닌 4개의 주거유닛을 가진 다가구 형식을 원하였다. 가족 관계인 독일인 남편을 포함한 노부부와 중년의 건축주 부부는 1층에 넓은 마당을 공유할 수 있는 15평정도의 주거 유닛을, 2층에는 각각 임대할 수 있는 2개의 펜션형 주거 공간을 요구하였다. 4개의 주거유닛을 분리하고 조합하여 틈을 만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외부 공간외에 독일풍 박공지붕의 변형 가능성까지 언뜻 머리에 스쳐갔다. 조망과 마당을 고려하여 대지의 뒤편에는 장방형의 박스를 남북방향으로 길게 배치하였다. 주어진 프로그램을 고려하면 단순하고 긴 상자로 충분하겠지만 지침이나 주변의 상황을 고려하여 박공 형태의 지붕을 받아들인다. 단순한 박공 지붕의 양 꼭짓점 위치를 달리하면 약간 뒤틀리게 되는데, 이는 2층 펜션의 실내에서 색다른 공간감을 만들어 낼 것이다. 뒤틀린 박공지붕의 형태는 연속성을 가진 스파이럴 구조로 벽과 지붕을 만들고, 벌어진 틈을 외부공간화하여 자연을 담는 장치로 만든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스파이럴판은 구조벽이되고, 판의 직각방향으로 관통하는 공간은 가벼운 목재와 풍경을 담는 유리로 만들어 공간의 확장성과 융통성을 만들고자 하였다. 솔리드한 정면의 콘크리트 벽체에는 슬릿한 창을 두어 먼 풍경을 나누어 담는 액자의 역할을 하도록하였다.
각각의 주거 유닛들의 중심에는 작은 마당을 두어 조망과 외부활동, 채광, 환기등의 기능이외에도 여유와 사색의 공간으로서 자연을 느끼고 관조할 수 있는 건축적 장치로 쓰이게 하였다. 이는 탈도시에서 가져야 하는 일탈을 담는 공간을 만들고자 함인데, 전원에서의 삶은 도시에서와는 달라야 할 것이며, 여유로움과 사색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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