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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E-52 주택 | 고막원

위 치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157
구 분 신축
용 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78390 m2 지상층수 2
건축면적 305.95 m2 지하층수 -
건폐율 39.03 % 구조 RC
연면적 398.63 m2 용적율 50.85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드라이비트 내부마감 바닥/ 온돌마루, 벽/ 석고보드위 수성페인트, 천장/ 석고보드위 수성페인트 및 미송합판위 투명래커
작품설명 점잖은 노부부는 꽃을 키우며 살고 싶다 하였다. 온실이 필요했고, 꽃이 있는 찻집을 만들어 운영하고 싶어 했다. 자식들이 손주를 데려오면 자고 갈 방과 시를 쓰는 부인을 위한 서재가 있으면 되겠다고 하였다. 처음부터 집을 완성할 때까지 집에 대하여 많은 요구를 하지 않았지만, 너무 특별한 집이 지어지면 부담스러울 거라는 느낌을 말없이 알려주었다. 집이 지어진 부지는 헤이리에서 가장 큰 집이 분명한 촬영스튜디오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커다란 덩치가 부담스러웠지만, 동북쪽 부지 대각선 방향으로 푸른 언덕이 보이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북쪽 길 건너편 빈 땅에도 또 동쪽, 동북쪽에도 머지않아 들어서 주위를 둘러쌀 건물들을 생각하면 이 집이 갖게 될 열린 시야는 길가를 따라 만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헤이리 마스터플랜에서 제시된 조건을 따라 북쪽 길에 연이어 기다랗게 만들어질 직방체의 건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2층에 주택이 들어가게 될 것이니 좁고 긴 매스에 담게 될 주택의 특별한 형식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처음부터 궁금하고 또 걱정되었다.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1층의 문화공간에서,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주어야 할 주택의 2층으로 이어 올라가는 계단의 위치와 그 중요도를 정하는 일도 쉽지 않아 보였다.

마당과 함께 쓰게 될 1층에 찻집, 꽃을 키우게 될 온실, 주차장을 놓았다. 마당일을 하며 잠시 쉬기도 하고, 부모를 찾은 자식들이 좀 더 편하게 독립하여 머물 수 있는 작은 방도 하나 만들고, 찻집의 손님이 주로 사용할 화장실도 만들었다.
2층은 주택이다. 평소 건축주 두 분만 지내는 집이니 적적한 느낌이 덜 들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기다랗게 이어져 하나의 공간인 거실과 식당은 언덕이 보이는 동쪽 끝에 놓았다. 이곳에서 북동쪽 언덕을 볼 수 있으며, 밖으로 탁 트인 곳으로, 마치 정자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드는 장소이다. 방석을 놓고 쓰는 한식 거실의 느낌으로 사용되기에 편리하도록 만들었다. 조금 안쪽으로는 TV를 소파에 앉아 볼 수 있는 양식의 거실로 사용하게 될 공간이다. 길게 열려 있는 거실을 벽난로 뒷벽으로 공간을 부드럽게 나누고, 벽난로 벽에 기대어 이어지는 크고 긴 탁자를 놓아 식당으로 사용되도록 만들었다.
남쪽엔 부엌이 가로막고 북쪽으로 발코니 공간으로 감싸여 외부의 많은 빛이 직접 들어오지 않는 곳이다. 이곳에 천창을 만들어 위에서 내려오는 빛이 은은하게 머무르기도, 또 강한 한 줄기 빛으로 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서쪽으로 곡면의 콘크리트 온실 벽이 보이고, 벽에 수평으로 좁게 난 창으로 온실의 기운이 스며들게 만들었다. 식탁은 10명이 넘게 앉을 수도 있도록 길게 만들어 신문도 보고 작업도 할 수 있는 넉넉한 장소가 될 것이다. 탁자의 현관 쪽 끝으로는 꽃이나 풍성한 식물이 담긴 화분을 놓기 편하게 낮은 단으로 한 번에 휘어져 연속된다. 미송 2“x4” 각재를 붙여서 제작하였다. 굳세고 역동적인 느낌이 드는 그 공간이 주인이 되는 탁자가 되길 바랐다. 이렇게 거실과 식당은 각기 다른 세 개의 성격의 공간 영역이 구분되면서도 하나가 된다. 남쪽에 놓은 부엌은 이것저것 늘어놓고 지내도 마음 쓰이지 않도록 조금 숨겨놓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키가 크지 않은 안주인의 눈높이에 맞게 부엌 창을 낮게 달았다.

집 중앙에 위가 잘려나간 원뿔 형태로 온실을 만들었다. 남쪽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열려 건물에 꽂혀 있는 모습으로 남쪽으로는 원뿔의 한 쪽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다. 비록 도로에 면한 벽체에 일부가 가려져 있기는 하나 어디에서도 잘 보이고 집안 어디에서도 잘 느껴지는 형태이고 또 공간이다. 온실은 주택의 커다란 바깥 현관이 되고, 찻집을 드나들며 가장 눈에 잘 들어오는 위치이다. 온실에 심어진 나무와 꽃으로 찻집의 플랜트 박스에 심어진 꽃들과 함께 찻집을 푸르게 만들어 줄 것이다.
도로에서 온실을 통해 남쪽의 집 마당이 훤히 열려 보이게 만들었다. 빛으로 가득 찬 온실에 들어서면 2층 주택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계단은 한단 한단을 온실 콘크리트 벽에 가볍게 꽂아놓은 모습이다. 계단을 따라 1층 바닥에서 2층 난간의 위까지 용틀임하는 듯 휘어져 단숨에 올라가는 난간을 다른 지지물 없이 쇠파이프로 만들었다. 부드럽게 돌아가는 온실 콘크리트 벽에 남겨진 거푸집지지 콘 구멍의 나사엔 화분을 걸 수 있는 고리가 달리고 벽 곳곳이 푸르게 채워질 것이다.
온실 천창 유리를 지지하는 철물은 정남북 방향으로 놓여져 배수를 담당하고 또 거대한 해시계처럼 온실의 곡면 벽에 시간에 따라 강한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콘크리트 벽면이 하늘로 이어져 올라가는 느낌이 유지되도록 벽면과 만나는 유리는 콘크리트 벽에 후레임 없이 스미도록 만들어졌다.
계단을 따라 2층에 올라 문을 열면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의 작은 앞마당이다. 온실의 곡면 벽을 감싸 돌며 본체에서 돌출된 현관에 들어서면 식당과 거실 공간이다. 계속 곡면 벽을 따라 돌아가면 온실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브리지가 나오고 복도는 이어져 부인의 서재를 거쳐 부부침실로 들어서게 된다. 도로에서 보아 원뿔의 온실을 두고 왼쪽으로는 거실-식당의 공용공간이고, 오른쪽으로는 서재와 부부침실의 사적공간이 나눠지는 구성이다.
헤이리 마스터플랜에 따라 1층에서 깊게 뒤로 물러선 2층 매스로 기다랗게 발코니가 만들어 졌다. 도로 쪽 콘크리트 벽을 조금 높게 올리고 위를 접어 이들 발코니를 감싸게 하였다. 부부침실도 서재도, 거실도 각각의 외부공간을 갖게 되니 주택이 1층의 흙 마당과 직접 닿지 않아도 섭섭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마당은 원뿔의 곡면이 그대로 흘러나와 잔디마당과 주인 부부가 가꿀 꽃밭을 나누게 만들었다. 아직은 꽃들이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할지 두 분 건축주도 잘 모르고 있다. 집이 완성되며 모든 것이 자리 잡아 그저 즐기고, 운영만 하는 꽃집은 아닐 것이다. 천천히, 느리게 꽃과 나무를 보며 서서히,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낼 것이라 믿어진다. 너무 많은 조언과 밑그림으로 두 분의 즐거움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 근처에 짓고 있는 집이 있으니 가끔씩 찾아갈 것이고 갈 때마다 조금씩 바꾸며 오래오래 집을 완성하며 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려놓고도 의심되었던 온실 벽을 완성시킨 시공사 (주)제효의 이백화 사장과 최동수 소장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정말 고맙다는 말을 꼭 남기고 싶다.

글/ 권문성(아뜰리에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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