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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성사

위 치 서울 종로구 묘동 56
구 분 신축
용 도 문화 및 집회시설 
대지면적 1971.18 m2 지상층수 9
건축면적 1180.75 m2 지하층수 4
건폐율 59.9 % 구조 RC
연면적 13413.27 m2 용적율 447.5 %
작품설명
단성사(團成社) 설계이야기

2001년말 새로운 단성사 건축에 대한 설계를 의뢰받고 현장을 방문해보니, 이미 옛 건물은 철거된 상태였고 기본설계가 진행되다 중단된 상태였다.
단성사를 한국영화의 역사라고 말하기는 과장이 있을지 모르나, 피카디리와 더불어 종로 영화가의 중심으로 해방 전부터 최근까지 우리 영화문화를 이끌어온 극장이다. 1927년 민족영화의 효시인 나운규의 아리랑이처음상영된 극장이 단성사였고, 우리가 아는‘벤허,’‘애수,’‘쿼바디스,’‘대부’등에서부터‘겨울여자,’‘장군의 아들,’‘서편제’에 이르기까지 단성사는 우리의 영화문화를 지켜온 산증인 이라 할 수 있다.

단성사 건물이 헐렸다는 사실이 비록 아쉽기는 했으나, 우리가 기억하는 단성사의 모습은 구체적인 건축물로서의 형태라기 보다는 영화 또는 영화의 간판으로 대표되는 이미지이며, 여러가지 기억을 가지고 도시속에 자리잡은 장소성에 있을 것이다. 이를 근거로 또 하나의 문화유산이 사라진다기보다는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진행1- 도시

새 단성사는 도시의 산물이다. 2001년말부터 2002년 10월 착공 때까지, 초기 계획과정에서의 주인공은 서울시 지구단위 계획이었다. 실제로 건축가는 조연과 스턴트맨을 오가는 역할을 한것같다.
단성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단성사가자리 잡은 묘동지역은 1983년 8월 2일도시설계구역으로 공고되고 계획이 수립된 ‘종로, 세종로 지구단위계획구역’내에 위치했다. 즉, 거의 20년 전에 만들어 진지구단위 계획의적용을 받게 되어 있었다. ‘아직도이런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현실로 다가왔다. 새로운 지구단위 계획을 제안하여 처리하려면 최소한 6개월이상 거의1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 때문에, 비록 옛 지구단위계획에 보완과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기존계획을 따르기로 하였다. 실제로 옛지구단위 계획은 일종의 다이어그램형식으로 현황과 오차가 많고, 민간/공공부분의 구분이 모호하며, 규제기준이 구체적이지 못했다. 또한 도시설계 상의 도로 교통체계가 후면의 차량접근을 어렵게 하는 등의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불가능한 점들이 있었으나, 가능한 이에적합한 설계를 해보기로 하였다.

지구단위계획을 읽어보면, 단성사 지역은 한문으로“建蔽率60%, 容積率 1,000% 기준에 劇場, 映畵管用途指定에 販賣用途를 必須的으로 容”하도록되어있고, “20層以下의 높이制限區域”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내용은 특별한 것이 아니나, 문제는 부지 중간에 보행자 전용도로를 개설해야하고, 남측의 피맛길과 후면 도로를 보행전용도로화해야 하는데 있었다.
파고다 공원에서 종로 길과 나란히 뒤쪽으로 자리 잡은 피맛길은 옛날종로 큰길을 다니던 말 타고 가마 탄 높은 사람들을 피해, 서민들이 말을 피하던(避馬) 뒷길이었다. 넓은데가 서너사람, 좁은데는 한 두사람이 겨우통과할정도의 도로인 피맛길은 진정한 의미의 보행전용도로라 할 수있다. 그러나 종묘공원을 만들면서도 내부의 밀집된 건물과 도로가 최근까지 정비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종묘공원에서 단성사까지의 피맛길은 일방통행의 보차혼용도로로서 블록 내부의 많은상점과 사무실의 교통과 서비스를 처리하고 있다.

단성사 후면도로는 북쪽으로는 차량통행이 불가능한 보행로이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피맛길을 차량통행이 가능한 도로로 활용할 수 밖에없었다. 도시설계조정심의를 거쳐 일단 2.5m 정도인 피맛길의 폭을 4m 이상 확보하기로 하고, 후면의 도로체계가 갖추어질 때까지만(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보차혼용을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부지중간에 지정이 된 보행자 전용도로는 공공도로가 아니라 민간부분의 보행전용통로로 해석이 되었고, 이에 따라 폭4m 높이 6m의 통로공간을 공공에 제공하는것으로 결론이 났다. 실제로는 남쪽의 피맛길과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지않아 도시적으로꼭 필요하다고 보지않은 전문가의 견해가많았다. 그러나 이를 변경하는데는 시간이 많이 소요 될 터였고, 이미 건축허가 전에 철거된 극장에서는 나올것이 없는 스케줄 급한 프로젝트를 그대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1층면적이 줄어 드는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이 통로를긍정적으로 바라보니 새 단성사는 동서로 피맛길과 보행통로 두개의 통로를가진 양통팔달한 건물이 되었으며 이를장점으로활용할 가능성이 생겼다. 먼저 피맛길쪽에는 대형상가가 아닌 점포가 늘어선 것처럼 1층에 면한 상점으로 직접 출입할 수 있도록도로 특성에 맞는 출입구를 별도로 만들어피맛길이 활성화될 수 있게 하였다. 골목에 있던 이동식 튀김집과 오뎅집은 조금 이동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건물내의 보행통로는 조금 부족한 듯보이는 극장 앞전면 광장의 기능을 일부흡수, 중앙통로겸 휴게공간 및 서비스공간이 되어 건물내에 걷고 싶은거리가 되도록 하였다.

진행2- 건축

이 시대에 영화관을 하려면 멀티플렉스로 가는 수밖에 없다. 과거 종로3가가 빛났던것도 단성사와 피카디리, 서울극장등이 모여있어 일종의 멀티플렉스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계획 당시 피카디리는 이미 8개관의 1,600석 규모로 땅파기를 시작하였고, 건축주는 이에 경쟁력 있는설계를 요구하였다. 처음에 단성사는 차별화를 위해 300석 규모의 극장 2개에 100석짜리 이벤트형 특별극장을 둔 예술전용극장 및 판매시설, 영화박물관 같은 문화복합시설을 계획했다.

이러한 계획은 서울시의 도시설계심의에서 최소한 과거의 단성사좌석수를 상회하는 1,000석 이상의 영화관을 만들라는 요구로 좌절이 되었다. 한편, 1,000석이상을할바에는 6개관이상 1,500~1,800 석정도는 되어야한다는 연구가 있었다. 이에따라몇가지원칙이건축주와의기획과정에서 결정되었다.

1. 편하고안전한영화관을만들자.

이미 심의과정에서지하에 위치한 영화관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거부반응이 많았고, 편하고 안전한 영화관을 만들기 위해극장을 지상의 3층에서 8층까지 배치하였다. 또한 각층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여 이동이 원활하게 하였고,세 개의피난계단중두 개를 옥외 형직통 계단으로 만들어 층별로 외기가 통하는 부분이 있게 하였다(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위한 고려도 있었다).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좌석의 안락함과 높이, 그리고 스크린의 비례와 음향이 선호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이된다. 이러한 기준을 최대한으로 만족시킬 수있을 만큼 계획하였으나, 결과가만족스러운지는 모르겠다.

2. 상업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상가를 두자.

상가는 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나, 그 규모는 부동산 전문가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피카디리의 분양 신문광고를 보면서, 꼭 필요하고 임대분양이 될 만큼의 상업공간을 두게되었다. 1층을 위주로상점을 두고2층에 그일부를두었다. 지하1층은 푸드코트로하고, 예비로 근린생활시설을 한 층 더 두어 임대용 지하 공간을 2개 층으로 한정하여 토목공사를 줄였다. 지하층 수를 최소한으로 줄여 공기를 단축함으로써 길 건너 극장보다는 늦게 출발했지만 비슷한시기에 오픈을할 수 있었던것 같다.

3. 복합문화시설로 다양한 기능을 포용 할 가능성을 두자.

단성사가 가지고 있는 위치나 역사성은 새건물에도 담겨야 할 것으로생각되어,단순한 영화관이 아닌 다양한 문화공간이 제안되었다. 일반적인 상업시설이외에도 이벤트형 소형극장, 예술전용극장, 사이버스페이스, 영화역사관, 은행 등의시설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이에 따라 1층은 귀금속상점이 주가 되는 상가, 지하 1층은 푸드 코트, 2층은 상가 및 문화시설, 3-4층은 영화관과 문화시설, 5-8층은 영화관, 9층은 문화공간 및 사무실(영화역사연구소)로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전체적으로 7개관 1,530석 규모에 100석 규모의 예술전용영화관이 가능하게 계획 되었다.

마무리

계획 과정에서 실제로 제일 어려웠던 것은 울퉁불퉁한 비정형의 대지에비교적큰덩어리의 서로 다른공간을 어떻게 끼워 맞추느냐하는것과비교적 좁게 면한 전면도로에서 파사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가였다.

디자인은 때로 거창한 컨셉보다는 부분부분의 해법들이 모여서 이루어지기도한다. 요구되는 공간에 대한 건축적인 해결로서, 또한 복잡한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잡다한 것이 들어있는 상자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간결한 외피를 생각하게 되었고, 이는 ‘모여서(團) 이룬다(成)’는 단성사의 원래 의미에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결국 북측의 코어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은 알루미늄시트의 껍질로싸여, 돌과 유리로 된 저층부의 아케이드로 지지 되는 형태가 되었다.

극장에서는 극장 간판을 본다. 매주 바뀌는 극장의 전면은 건축적 형태보다는 영화 포스터로 인식되는 것이다. 단성사에서 간판이 아닌 무엇인가로 도시를 향해보여 줄 수 있는 입면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하여 몇 가지 대안을 제안하였다.

기본적으로 전면에 캣워크를 설치하고 그 위에 변화하는 입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유리루버로 이루어진파사드로, 루버의 각도가 변화하면서 도시의 입면을 투과하기도 하고 반사하기도 하는입면이었다. 그러나 유리 루버는 검토과정에서 기술적 이기 보다는 안전상의 이유에서 알루미늄루버로 변경되고 말았다. 전면을 보여주는 중심 요소로는 전광판 형식의 미디어패널이 적합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미디어 안내판설치 계획 또한 전광판 허가가나지 않아 무산 되고 말았다. 전면의 넓은 판은 그냥 영화 포스터가 붙는 판으로 활용 될 것이나, 언젠가 전광판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영화를 소개하는 미디어 안내판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는 빛의 예술이다. 전면에 미디어 안내판, 알루미늄 루버와 다양한 외부 조명으로 극장의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내가 기억하는 맛있는 물만두집 중에 하나였던 단성사 옆의 물만두집은 어느새사라지고 또 다른 귀금속 상가가 되었다.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단성사에 대한기억이 새건물에서 도거듭나기를 바라며, 다시 한번 단성사 앞의 보도에 영화배우들의 손바닥이 찍히기를 기대한다.

글/ 손두호(모람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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