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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동 연우빌딩

위 치 서울 서초구 양재동 13-1
구 분 신축
용 도 업무시설 
대지면적 416 m2 지상층수 6
건축면적 200.73 m2 지하층수 1
건폐율 48.25 % 구조 RC(라멘구조)
연면적 1304.92 m2 용적율 245 %
외부마감 화강석 물갈기, 알루미늄 복합패널 내부마감 염화비닐계 시트, 수성페인트
작품설명 거리에서 하염없는 생각
양재동 빌딩을 설계하는 일은 평소 주택가의 골목이나 도시의 이면
도로에서 교회나 주택을 설계하는 일을 일삼던 내게 처음부터 큰 부담
을 안겨주는 일이었다.
그것은 골목대장 노릇만 하던 코흘리개가 갑자기 큰 거리로 나왔을
때의 당혹감처럼 건물보다 훨씬 넓은 10차선 광폭의 차도에 서울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네거리 중의 하나인 양재동 버스정류장의
혼잡을 가미한 극적인 상황변화에 어리둥절한 자기 모습으로 다가왔
다. 즉 도시의 풍경 작게는 거리의 풍경으로서의 건축을 생각해내야
하는 부담감이 건축 설계에 보태어진 것이다.
양재동 빌딩의 주변가로는 지저분한 간판과 거리의 키오스크(Kiosk)
들로 함께 어우러져 도시적 맥락(Context)을 유추해 내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혼재상을 보이고 있었는데 최초의 생각은 이러한 혼재에서 우
선 벗어나야겠다는 것과 가능하다면 가로에 미력이나마 질서를 부여
해 보고 싶은 작은 소망, 그리고 건물이 주변보다 결코 뛰어나지도 두
드러지게도 보이지 말아야한다 라는 내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건축규모의 타당성 조사에서 나온 전면 파사드의 비례 또한 내게 매
우 곤혹스러움을 주는 것이었는데 15:11이라는 비례는 도대체 두루뭉
실하여 어떻게 분할해도 다루기가 쉽지 않은 최종설계 결과가 암담함
을 미리 말해 주는 것이었다.
이것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로서 서양 고전이나 근대건축의 인용을
시도하였는데 그중에서 나는 회상(回想)의 파이오니어 중의 한 사람이
었던 쥬세뻬 떼라니(Giuseppe Terragni)를 곁눈질하기 시작하였다.
‘박스형’이라는 건축용어가 떠오르면 나는 미스(Mies van der
Rohe)의 레버하우스 보다는 테라니(Giuseppe Terragni)의 팔라쪼 리또
리오 (Palazzo Littorio) 계획안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태리 북부 호반도시 꼬모에 있는 파시스트의 집 파사드
의 분할구법을 양재동 빌딩의 실마리로 삼은 것이다. 여명기 현대 건
축에서 파시스트의 집(Casa del Fascio) 만큼 박스형 건물의 비례가
아름다운 구법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파시즘에 대한 테라니의 이
상은 종국에 가서는 추악한 실체로 변모하고 말았지만 테라니는 파시
즘의 광기에 이끌려 군대를 따라 스탈린그라드까지 갔었다.
양재동 빌딩의 준공은 1993년 6월 19일 테라니의 기일(忌日) 50주년
을 기념하여 혼령이라도 불러오고 싶은 날을 기린것처럼 되었다. 그
리하여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테라니의 추억은 서울의 낮설은 거리 옛
지명이 더 정겨운 말죽거리 네거리 한 복판에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
도 모른다.

건물내부를 살펴보면, 계단 벽으로부터 분리되어 허공에 떠있는 계
단이 6개층에 걸쳐 연속되면서 상하로 연결되어있다. 계단실이 경사
진 것은 일조권에 의한 사선제한을 조형언어로 환원한 것이며 기능적
으로는 하부에 위치한 주차장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한 책략이다. 계
단실과 건물후면의 전면유리창들은 이면도로에 어지럽게 산재한 철근
계량소의 풍경과 그럭저럭 어울린다. 구조적으로 계단실은 본건물과
유리된 철골조로 되어있다.
건물내부의 엘리베이터 홀은 일반적인 생각과 반대로 뒤로 돌아있
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타고내릴때 먼저
보이는 것이 벽이 아니고 바깥 경관과 빛을 느끼도록 배려한 것이
다. 중간층에서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더 선호하도록 의
도적으로 위치를 전환시켰는데 건물이 완성된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단만을 이용하고 있다.
‘오르다’라는 말이 느끼는 피곤함을 즐거움으로 변환시키기 위하
여 양재동 빌딩의 건축비용 지출의 우선 순위는 계단에 집중되었고 모
든 벽과 천정은 단일색(그레이업화이트, Grey-up White)으로 채색되
었고 바닥은 이태리 북서부 까라라산 하얀(Bianco Carara) 대리석으
로 마감되었다.
건물 진입은 서로 다른 레벨에 따라 2개의 출입구가 있다. 저층의
입구에서 주차장과 분리되어 있는 벽은 유리 블럭과 스틸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피엘 샤로우(Pierre Chareau)의 유리의 집
(La Maison de Verre)의 기억에서 유추된 것일 것이다.
빌딩이 완성되고나서 나는 다시 이 앞을 지날 때마다 문득 하염없
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내가 설계한 건물이 들어서 있는 또 하나의 혼재된 거리 풍경을 함
께 생각하여야 한다는...... 하염없는 또다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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