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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쌓은집

위 치 서울 중구 신당동 367-12
용 도 공동주택 
대지면적 290.04 m2 지상층수 9
건축면적 159.88 m2 지하층수 1
건폐율 55.1234 % 구조 철근콘크리트
연면적 1,109,74 m2 용적율 331.9266 %
작품설명 모아쌓은집 / Residence ‘Stack Together’

2018년 겨울, 오래도록 소유하고 있었던 두 개의 필지를 모아 임대를 위한 공동주택과 거주를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던 한 가족이 건축가를 찾았다. 들여다 보니, 가족의 땅은 한 재래시장 재정비 촉진지구에 면하여 수백세대 규모의 주상복합시설 계획부지에 인접해 있었다. 이는 공동개발을 통해 대형 재건축 프로젝트의 일부로 편입시킬 수 있었음을 의미했고, 자연스레 왜 별도의 주택을 기획하게 되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돌아온 답은 건축가가 이 프로젝트에 깊은 애정을 갖게 하는 힘이 있었다.

“비록 임대를 위한 주택이지만, ‘좋은 집’으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재래시장의 현대화를 위해 급변하는 주변 환경 속에서, 가족 역시 인접한 주상복합시설의 일부로 대지를 편입시켜 달라는 끊임없는 권유에 시달려 왔었다. 거대한 자본과 보편성의 힘을 뿌리치고 가족만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건축주 가족에게 건축가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조력은 그들의 바람대로 ‘작지만 좋은 집’을 계획하는 일이었다.

대지의 조건은 1인 주거공간 약 12세대, 2인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소형주거공간 6세대, 그리고 근린생활시설 일부와 가족의 보금자리를 허락하고 있었다. 단일공간으로 구성된 1인 주거공간과 침실이 분리되어 제공되는 소형주택을 각각 4개 유닛, 3개 유닛으로 모아 중층에 쌓아올렸다. 지상층과 가장 가까운 곳에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해 임대 효율을 높이고, 가족의 보금자리는 최상층에 자리하게 했다. 이러한 공간의 구성까지는 여느 소규모 공동주택과 다르지 않으나, 건축가는 그 과정에서 두 가지 차별화된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는 소형 주택이라 하여 동일하게 복제, 병치되는 구성은 피할 것, 둘째는 사용자와 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의 모든 건축적 수준을 높일 것.

첫 번째 원칙을 위해 중층의 임대용 주거 유닛들은 제각기 다른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테라스가 있는 유닛, 다양하게 절개된 입면을 가진 유닛, 여유있는 내부 수납공간을 가진 유닛, 알파룸이 제공되는 유닛, 노출콘크리트 벽면이 연출되는 유닛 등으로 임차인의 선택의 폭을 고려했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조건들은 임대시장에서 다양한 관점의 가격 책정 근거로 작용함으로써 작지만 획일화되지 않은 공간구성이 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두 번째 원칙을 위해 공용으로 사용되는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중요한 부분까지 섬세한 건축적 대응을 시도했다. 각 층별로 보일러실과 실외기실 등 가구 내부로 편입될 시 공간을 차지할 뿐 아니라 소음과 관리 수요의 원인이 되는 공간을 공용부로 빼 내어 각 가구의 효용과 쾌적을 도모했다. 또한 자칫 버려질 수 있는 옥상부를 실내화, 공용화, 정원화 하였는데, 사용성을 위해 승강기가 최상층에 마련된 옥상정원과 공동 세탁공간, 공용 테라스까지 운행되도록 하여 공용공간의 활성화를 꾀했다. 무엇보다 도심형 소규모 공동주거 건축물에서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주차 부족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지상에서 편리하게 관리, 사용할 수 있는 리프트식 기계식주차를 도입해 주차면의 확보와 활용성 모두를 충족시키도록 계획하였다. 이밖에도 화물의 보관, 우편함의 관리 및 사용, 쓰레기의 배출 등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건축적, 공간적 대응을 위해 다양한 계획을 실천했다.

이러한 ‘거주민-프랜들리’의 공간계획 개념을 외관의 정체성으로 풀어내기 위해, 가장 친숙하고 담백한 디자인과 재료를 선정했다. 다양한 구성으로 모아진 주택들은 각 유닛의 최적의 환경을 위한 자리에 배치되고, 이를 단순하게 쌓아 올렸다. 그 과정에서 크게 3개의 다발로 나뉘어진 볼륨을 그들이 각자 향하고 있는 주변환경에 알맞게 열고 닫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외관의 컨셉을 보강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디자인이 입면에 골고루 적용되어 단순하지만 지루하지 않는 얼굴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건축의 모습에 어울릴 만한 재료로서, 주택에 가장 친숙한 재료인 적벽돌과 콘크리트 노출을 조합하였는데, 태생적으로 ‘쌓아’ 구축하는 벽돌의 성질을 받아들이고 이를 자연스럽게 구현하기 위해 각 층별로 얇은 콘크리트 띠를 내밀어 벽돌을 받쳐 쌓았다.

벽돌을 쌓기 위해 건축의 구체가 내민 손이 마치 서로 손 내밀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주거 공동체의 모습과도 닮았고, 그 위에 한켜 한켜 쌓아 올려 지면서도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는 적벽돌의 모습이 켜켜이 쌓여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도 닮았기에, 또 그러한 삶을 응원하려는 건축가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공간 안에 그득 차 있기에, 어쩌면 이 집을 태어나게끔 했던 ‘작지만 좋은 집’이라는 한 문장은 꽤 그럴 듯한 건축으로 완성되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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