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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갈무리 독립공간 [뿔]

위 치 서울 마포구 서교동 464-56
구 분 신축
용 도 제2종 근린생활 시설 
대지면적 63.71㎡ 지상층수 3
건축면적 35.28㎡ 지하층수 1
건폐율 55.38% 구조 철근콘크리트벽식구조
연면적 133.12㎡ 용적율 153.73%
작품설명 도서출판 갈무리 독립공간 [뿔]
아주 작은 땅이다. 도로에 면한 땅의 폭이 6미터, 안쪽으로 10미터 길이 60평방미터 남짓의 19평 공간이 주어졌다. “도서출판 갈무리”라는 출판사의 대표이며 작가이자 정치철학자인 예비 건축주는 이 작은 땅에 독립공간을 꿈꾸고 있었고 그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건축가를 찾고 있었다.
우연인 듯 인연인 듯 그 설계를 맡게 되었고 작은 땅 작은 건물이지만 오히려 그 과정은 다른 어떤 프로젝트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커다란 무게감과 어려움을 주었다.
작은 땅만큼이나 좁은 골목길, 좁은 골목길이기 때문에 더 가까이 인접해 있는 이웃들의 원성,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연약한 지반상태, 자재를 적재할 만한 충분한 공간도 없었다. 공사 작업자들에게 이보다 더 한 열악한 작업환경이 있을까 싶었다.
나는 설계를 하는 내내 이 건물이 주변의 밀도 있는 건물들 속에서도 작지만 당당하기
를 원했고 무표정한 듯 하지만 강한 표정을 지어주기를 원했고 단순한 듯 하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세련되 보이기를 원했다. 어느덧 오랜 시간의 흔적을 간직 해왔던 작은 골목 끝자락에서 하얀색 [뿔]이 솟아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현재 이 건물이 들어선 곳 아주 가까운 곳에는 오랫동안 출판사의 사무공간과 소통의 공간으로 사용했던 건물이 있다. 이 곳에는 출판사가 겪어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고 여전히 그 공간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건축주의 마음을 엿 볼수 있었다. 그러나 건물주가 바뀌고 상황이 달라져서 오랜 기간 사용해 왔던 공간의 물리적, 경제적 독립을 보장하기 힘들게 되어버렸다.
같은 건물에서 세를 살던 이웃들이 하나 둘씩 밀려나가기 시작했다. 홍대 문화를 일군 많은 창작자에게 닥친 젠트리피케이션을 건축주 역시 피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건축주는 이 동네를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고 결국 근처 아주 가까운 곳에 새로운 독립공간을 마련하기로 결정하였다.
건축주는 인근에 사옥을 짓는 일을 쫓겨나갈 수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에 맞서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다.


건축주가 가지고 있는 예산안에서 구입할 수 있는 토지는 아주 제한적 이였고 결국은 인근의 아주 작은 땅 6m x 10m(60㎡) 크기의 땅을 얻을 수가 있었다.
이 작은땅을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건축주는 자신들의 독립공간을 성공적으로 풀어낼 수 있고 이 작은 땅에 지어질 건축에 대한 긍적적인 에너지와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건축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땅을 처음 마주한 날 현장에서 나는 건축주와 좀 다른 시각으로 땅을 바라보았다.
좁은 땅에 자신들이 얼만큼의 공간을 만들고 불편함이 없이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다소 불안감을 가진 건축주와 달리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장소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작지만 우뚝 솟은 오브제의 상징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땅에 진입할 수 있는 도로의 폭은 고작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이였다.
하지만 그 골목길은 진입과 동시에 길게 뻗은 선형의 방향성을 가지는 축이 되었고 그 골목의 막다른 위치가 건물이 지어질 터였다. 그 방향성이 길게 이어지다가 막다른 곳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솟아 있어서 물리적인 오브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어디론가 흘려 보내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솟아 오른 뿔은 땅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의미를 가지게 하고 싶었다.

건물의 첫 이미지는 ‘덩어리’의 느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식적인 요소를 최소화 하고 형태 자체를 디자인 요소로 풀려고 하였다.
마침 건물의 전면이 서향을 마주하고 있어 늦은 오후에 가장 밝은 건물의 표정을 읽을 수가 있다.
결과적으로 나는 골목 끝자락에서도 원하는 건물의 표정과 인상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작지만 당당한 건물의 이미지를 구현하게 되었고 가까이서는 보는 각도에 따라 건물의 다양한 표정을 의도하여 가늠할 수 없는 건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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