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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그루나무

위 치 부산 동구 초량동 1057-74 외3필지
구 분 신축
용 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136.68 m2 지상층수 3
건축면적 76.59 m2 지하층수 -
건폐율 56.04 % 구조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경량목구조
연면적 135.96 m2 용적율 98.04 %
외부마감 시멘트 뿜칠, 벽돌쌓기, 알루미늄 징크 내부마감 실크벽지, 우레탄마감
작품설명 오래 전 산의 지형을 따라 빼곡히 자리 잡았을 수목들은 자취를 감추고 대신 그 장소에 높이와 크기가 다른 인공 나무들이 하나 둘 채워졌다. 이들은 서로 적당한 거리두기를 시작했고 그 거리 사이엔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잠시 머무르거나 한 낮의 북서쪽 높은 고도위에서 내리쬐는 따뜻한 볕이 이내 고여 버리고 만다. 높이와 크기가 다른 나무들이 드리운 음영의 공간은 우리의 의식을 고요히 마주하게 하거나 때론 하루 종일 굴렁쇠를 굴리며 그림자를 쫓게 만든다. 마치 미로 속을 헤매듯 수없이 연결된 골목을 쫓다 우연히 마주친 다섯 그루의 나무가 자아내는 풍경은 순간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아마도 그것은 서로 다른 시간의 풍경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이 게스트 하우스가 들어설 대지엔 오래된 두 그루의 나무와 한 채의 적산 가옥 그리고 쓰러져가는 두 채의 슬레이트 집이 있었다. 이 다섯 가지 서로 다른 시간의 기억을 환기하고 또 다른 시간을 이 장소에 이식( 移植 )하고 싶었다. ‘ 초량 ’ 이란 장소는 우리 주거의 시간의 단면을 가로지르듯 다양한 유형의 주거, 이를테면 적산가옥, 슬레이트 집, 다가구, 아파 트 등 각자 서로 다른 스케일과 보기 드문 밀도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산지의 비탈면을 채워왔다. 자연 현상에서 주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색을 통해 주변과 동화되는 camouflage의 현상처럼 우리에겐 거대 자본에 의한 대규모의 획일적인 개발방식이라는 천적으로부터 기존 장소의 고유한 특질들과 소소한 관계를 유지할 작은 스케일의 출발은 필연적이라 생각한다. 특히 초량과 같은 구도심에 있어 신축에 대한 태도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장소와의 관계에 있어 드러나지 않고 주변의 풍경에 어떻게 스며들지 그리고 개체간의 밀도, 다양한 폭의 골목길에서 느끼는 정감어린 스케일, 그리고 비탈진 경사면을 오르기 위해 설치된 높은 계단과 같은 이 장소에서만 느낄 익숙한 경험들의 재현이 아닐까 싶다.

또한 담장으로서 주변과의 물리적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아닌 마치 자연 숲속 수목들 사이의 능동적 질서에 의해 벌어진 다양한 틈을 통해 주변 골목길들을 안으로 끌어들여 주변과의 경계를 흐려간다. 재료의 물성과 건물의 형태 또한 이 장소 주변이 오랜 시간 품어왔던 고유성과 친화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대부분의 주변 집들의 외장재료는 조립이 작은 벽돌, 타일과 같이 시간의 물성을 담고 있는 재료 등이 도장면과 함께 건물의 일부 입면에 적용하여 보는 각도에 따라 면( 面 )들이 서로 다른 표정을 하고 있거나 그 사이 드문드문 보이는 익명의 작업자 손에 던져진 오래된 시멘트 뿜칠 마감의 따뜻한 표정들을 닮아 가고 싶었다. 또한 조형성만 가득한 건물의 형태를 최대한 배제하고 다섯 채의 집들은 서로 다른 높이와 크기 그리고 개체 간의 밀도만이 주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싶었다. 다섯 그루의 나무는 다섯 채의 집을 은유한다. 그 중 한 그루는 여행을 삶의 일부로 생각하는 건축주가 살게 될 1인가구의 작은 집으로 나머지 네 그루는 여행자들을 위한 집으로 계획되었다. 대지 40평 위에 채 나눔을 통해 다섯 채의 작은 집들이 만들어 내는 거리는 마치 자연에서 늘 마주하는 수목과 수목사이의 임의적 거리감과 닮아 있다. 그 사이로 초량의 서로 다른 시간의 풍경이 스미고 잠시 머물고 갈 여행자들에겐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볕을 제공해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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