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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동 은행사거리 상점가 / 서울시 노원구 중계1동 360-9번지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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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선 후퇴, 생활가로의 가능성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에는 미관지구 내 건축선 후퇴(흔히 셋백으로 불림) 규정이 관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동차를 위한 도로폭원이 상대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길을 따라 형성된 상업지역의 건축물들이 대지경계선에 바짝 붙여 건물을 신축한다면 보행자 공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단과 함께 천공(天空) 방향으로 너무 답답한 도시풍경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깔끔한 도시풍경과 그 길을 따라 걷는 보행자들의 안전과 쾌적함 등을 위해 비록 자신이 소유한 땅이라 하더라도 3m정도는 뒤로 건물을 물려 지음으로써 가로변 노선상가의 상행위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보행자들이 편안하게 상가 앞을 오가면서 활력적인 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적 기대와 목표와는 사뭇 다르게 미관지구의 건축선 후퇴공간이 사용되고 있다. 너저분한 입간판과 차량진출입을 위한 임의적 보행공간 점유, 공공공간으로 돌출한 사적 판매공간 등으로 오히려 미관지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의 번잡함과 불법이 판을 치는 공간이 되고 만 것이다. 서울시 노원구 양지근린공원 사거리와 은행사거리를 잇는 미관지구는 2년 여 전부터 도로와 사유지의 경계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개설하였고, 1층을 임대한 점포주들은 바로 이 선을 경계로 건축선 후퇴공간 모두 혹은 일부에 마루널을 깔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풍경이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곳이다. 물론 제도적으로 이곳이 법을 준수했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지역 주민들이 주말이면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두어 군데로부터 시작된 널마루 깔기가 전역으로 확장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역의 명소이기도 하다.

 

  이곳은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생활가로(living street)의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아직 가로 전체가 통일된 풍경으로 정착되지는 않았지만 1층 점포주 몇 사람의 노력이 지역의 공간환경을 크게 바꾸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관 주도의 가로환경 가꾸기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주민참여를 통한 도시공간 조성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즉, 도시계획적 조치로 무분별하게 3m건축선 후퇴를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정책적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이곳을 바라볼 수 있는 실마리를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투여가 상당한 보도교체 사업이나 가로시설물 공공디자인 사업을 벌이는 대신 1층 건축선 후퇴부에 대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한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대폭 절감하면서도 주민들에게는 활력적인 가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관지구 내 건축선 후퇴공간에 대한 새로운 정책적 수법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1층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목표와 가로의 활력 제고 및 판매수익 증진 노력이라는 개인적 이익 추구의 합치를 위해 건축선 후퇴지구의 환경개선이라는 새로운 민관협력 도시사업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철수_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데크 이용하기

 

  양지 근린공원과 은행사거리 사이 상업지역 일부의 건축선 후퇴 영역에 설치된 데크들은 여러 가지 특징을 갖고있다. 첫째, 건축선 후퇴 영역 앞에 이미 충분한 폭의 보도가 확보되어 있어 통행에 큰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큰 저항이 없었다는 점이다. 둘째, 데크를 설치한 업소들의 대부분이 데크를 비워두기 보다는 데크 위에 파라솔과 테이블, 의자들을 갖다 놓고 그곳을 직접적인 업소의 상업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그 업종들이 아이스크림 가게, 도넛과 커피 가게, 또는 제과점 등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형태상으로는 물건들을 불법으로 적재하거나 진열함으로써 실제 미관상으로나 보행교통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과 달리 절반은 개방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건축 후퇴선에 자동차를 주차하거나 물건들을 쌓아올린 곳들과 마찬가지로 각 상업시설들의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는 탈법적 구조물이다. 그것이 어느 정도로 긍정적인 해석을 낳을 수 있는지는 보다 많은 주변환경요소와 연결시키는 맥락적 관점 속에서의 관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위의 데크가 만들어 낸 외형적으로 볼 때 ‘개방적’이면서도 이용자의 편의성을 돕는 것처럼 보이는 가로 공간들은 사실상 특정한 업종에서만 구현될 수 있는 조건을 안고있다. 그리고 그 목적은 당연히 상업적 이윤의 극대화를 이루는 것이다. 즉 공공공간을 사적인 이윤을 위해 점유하고 전용하고 있는 공간이며, 외형적인 개방성이 내용상의 개방성으로 해석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것을 모두 인정한 바탕 위에서 다시 ‘좋은 공간 환경’의 맥락과 가능성을 토론해 봄 직하다.

 

송도영_한양대학교 교수




 

 

 

 

 

 가로에 관한 단상

 

재미있다.

거리를 걸으면서 뭔가 볼거리가 있다는 것은 기분을 좋게 한다.

지붕을 만들어주는 가로수와 약간의 단을 형성하는 데크,

그 위의 파라솔은 시선을 눈높이로 붙잡아 두면서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뭔가가 있다.

 

이상하다.

아이스크림 가게와 커피숍은 파라솔을 설치하는데, 유독 토종한우 전문점은 비닐을 덮어 씌었다.

그러고 보니 파라솔에 앉아서 곰탕이나 김치찌개, 삼겹살을 먹는 모습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왜일까?

 

도시는 무대이며, 보행자는 관객이다. 도시의 가로는 보행자에게 뭔가 볼거리를 주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간판을 보는 것보다는 뭔가 안에 있는 것들이 밖으로 토해진 느낌은 좋은 것이다. 굳이 보행양이 많아서 보도를 넓혀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유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과연 어디까지가 선일까?

비닐하우스는 도를 넘은 느낌이다. 관리의 기준은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그 기준이 다양한 용도에 다 맞을까?

슈퍼를 가려는데 단이 있다면, 근사한 파라솔에 앉아서 김치찌개를 먹는다면...

 

김대성_해안건축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