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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길 /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양재천길~강남구 도곡동 양재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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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관악산, 청계산에서 발원해 과천시와 서초구, 강남구를 흐르는 양재천은 탄천에 합류에 한강에 이르는 하천이다. 자연하천이던 이 천은 1963년 이 후 축제 및 호안공사 위주로 정비되다가 1970년대 개포토지구획정리사업의 일환으로 직강화와 함께 저수로 정비, 콘크리트 제방 축조 등 정비사업이 이루어 졌다. 1995년 자연형하천복원사업이 시작되기 전 양재천은 물고기 한 마리 볼 수 없는 탁하고 악취 나는 도시 하수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양재천 자연형하천복원사업은 크게 2기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전반기인 1기는 하천공원화사업이란 이름으로 1995년부터 1998년 까지 진행된 수질정화사업 및 자연형하천정비사업이며, 이후 2002년 까지 하천둔치에 대한 녹화 및 저습지 조성 등 하천을 보다 자연에 가깝게 돌려놓는 자연형하천복원사업이 진행되었다. 이 시기에 양재천과 탄천 합류부에 4만m² 규모의 학여울생태공원도 조성되었다.

 

  도시하천은 도시생태의 핵심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도시하천은 이치수의 관점에서 개수, 개발되면서 생태적 기능을 잃은 죽은 하천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천이 죽으면서 도시 환경도 역시 자생적 기능을 상실한 채 나빠져 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강남구가 주도한 양재천 복원사업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도시 생태계를 복원시킬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 주었다.

 

출처 : 양재천 자연형하천복원사업 백서

 

 

 

 

 

 

양재천 수변공간

 

  양재천의 평상시 흐르는 하천 폭은 매우 작지만 수변공간 전체의 폭은 중랑천에 견줄 만하다. 중랑천이 서울 진입 방향과 평행하게 놓여있어 하천의 양쪽 변이 동부간선도로가 생기는 빌미를 제공하였고, 결과적으로 주변에서의 접근성과 수변공간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었다. 이에 비해 양재천은 서울로 진입하는 주요도로들과 직교하기 때문에 천과 나란한 길들은 양재천변 길 같은 친근한 스케일 왕복 2차선도로이다.

 

  양재천을 단면으로 잘라보면 자연형 저수로와 가을이면 갈대로 물결치는 둔치, 다양한 생태계 유지를 위한 천변습지, 콘크리트를 걷어낸 자연형 제방, 도로 대신 키 큰 나무 터널로 이루어진 뚝방길 산책로, 30년 이상 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연속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깊이 있는 생태 환경은 양재천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수년전부터 이 가로수 길에는 카페, 공방, 가구점 등이 모여들기 시작해 낙후된 다세대주택지인 이 지역에 새로운 문화적, 경제적 활력이 되고 있다.

 

  양재천은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자전거 매니아들과 점심시간에 산책을 즐기는 직장인들에게 사랑 받는 공간이다. 양재천의 가장 잘 된 것은 자연에게 더 많은 자리를 내어 준 것이다. 이곳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요구가 점점 늘어나게 될 때, 정치적 목적으로 사람들을 위한 포장 면적을 늘려가는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올바른 공공의 역할은 양재천 내 보다는 이 거대한 오픈스페이스를 배경으로 한 주변지역이 문화적으로 활력을 갖도록 유도하는 일이 중요하다.

 

조남호_솔토건축사사무소 대표

 

 

 

 

 

 

양재천 뚝방

 

  양재천 공원은 다른 하천공원들에 비해 훨씬 풍성한 녹지와 다양한 공간을 품고 있다. 이러한 풍성함과 다층적 공간은 다른 하천들과 달리 양재천이 갖고 있는 북쪽 뚝방에서 연유한다. 뚝방 양쪽의 사면녹지, 뚝방 위 산책로는 양재천에게 다른 하천공원에서 볼 수 없는 공간감을 갖게 하는 주인공이다. 양재천변 까페골목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하천 쪽 녹지 스크린 역시 주인공은 뚝방이다. 뚝방을 따라 달리는 메타세콰이어 길 역시 뚝방 사면녹지가 한쪽의 배경을 이루고 있어 더욱 풍성해진다. 뚝방을 넘어 펼쳐지는 둔치와 저수로의 풍경 -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갈대밭과 수풀이 우거진 수로의 풍경 - 은 여느 하천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 폭이 넓어 여유로와 보일 뿐이다.

 

  양재천의 하천공원 폭은 120-140m에 이른다. 같은 지방2급하천인 홍제천, 불광천의 두 배에 달하고 훨씬 큰 하천인 중랑천이나 탄천에 버금가는 폭이다. 중랑천이나 탄천은 수로 폭이 훨씬 크므로 천변 공원공간은 양재천이 오히려 넓다고 할 수 있다. 이 역시 뚝방의 존재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양재천 수로를 경계로 북쪽 녹지대가 유난히 넓은 것은 이 때문이다.

 

박인석_명지대학교 교수

 

 

 

 

 

  

양재천 자연스러운 풍경 유지하기

 

양재천을 가로지르는 영동교를 지날 때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늘 넉넉하고 풍요로운 인상을 남긴다. 원래 심각하게 오염되었던 하천을 되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만큼 현재 양재천 주변에 수목이 울창하고 다양한 식생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을 따라 길게, 그 하천 양 옆으로 산책로가 있는 숲을 통해 두텁게 조성된 양재천 공원은 다양한 스케일의 풍경을 가진 자연 공간으로 도시 안에 존재하고 있다. 도로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도시의 풍경이 사라지고, 양재천 둑 위 벤치에 앉아서 보면 갈대밭과 하천 그리고 메타세콰이어 나무들 너머로 반대편 도시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하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로를 걷다 보면 저 멀리 빌딩숲을 배경으로 또 다른 스케일의 도시 안의 자연 풍경을 느낄 수가 있다.

 

양재천을 가까이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자전거 도로, 산책로)과 다양한 스케일의 자연 풍경이 잘 어우러진 양재천은 도시 안의 자연생태공간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도시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도시 안의 오픈스페이스로서 그 의미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양재천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최근 이용자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필요이상 자주 놓이는 돌 징검다리와 계단, 연결 다리, 장식의 목적으로 놓인 조형물, 인공적인 분수 조성 등은 양재천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인 자연스러운 풍경을 조금씩 변질시킬 뿐더러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회복된 도시 속의 자연공간인 만큼 이용자들을 위한 공원으로서의 관리보다는 생태계 환경과 자연스러운 풍경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양재천에 오는 사람들이 무엇보다 원하는 것 일 것이다.

 

김종규_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