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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부동 한옥

위 치 서울 종로구 체부동 150-4
용 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81.4 m2 지상층수 1
건축면적 37.16 m2 지하층수 1
건폐율 - 구조 한식목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연면적 82.06 m2 용적율 -
작품설명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길의 새 터무늬
경복궁의 서쪽,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길이라 불리는 길에 자리한 집이다. 1962년에 지은 한옥이지만 반세기 동안 제 모습과 집으로써의 기능을 잃어갔다. 애초 ㄱ자의 작은 한옥이었지만 ㄷ자로, ㅁ자로 무리하게 확장하고 덮어쓰다 지붕 일부가 무너졌다. 아파트 재개발을 기다리던 전 주인은 세입자도 떠나고 폐가가 된 집을 팔았다.
이 집을 장만한 건축주는 마당 있는 집에 살길 원했던 예비 부부다. 안온한 옛 동네가 마음에 들어 오래도록 뿌리내리길 원했다. 집이 좁고 답답해서 아파트로 떠나는 일이 없길 바랐다. 지상의 작은 한옥을 받쳐주고 현대적으로 쓰임 있는 지하가 있는 집으로 신축하기로 했다.
옛 동네에 새 터무늬를 새기기로 한 것이다.

지상을 살리는 지하, 벙커한옥
집은 측량결과 꼭짓점이 15개일 정도로 반듯하지 못한 땅에 들어섰다. 주변을 5개의 집이 에워싸고 있고, 이 중 네 집이 경계를 침범했다. 면적 확보와 보안을 위해 h자 한옥으로 계획했다. 계단 면적을 빼면 사실상 11평 한옥이다. 협소한 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직으로 기능을 분산해 배치했다.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살길 원하는 건축주의 바람대로 지상에 먹고 자는 기능(안방, 주방 및 식당)을 뒀다. 한옥살이를 결심하게 한 중정도 최대한 확보했다.

한옥살이를 받쳐주는 나머지 기능은 지하에 계획했다.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작아도 개방감이 있는 한옥’이었다. 공간의 비율을 조절하고 외기를 끌어들여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한옥의 가장 긴 면을 통으로 뚫어 주방과 식당,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막힘없이 이어지게 했다. 약 8m에 달하는 뚫린 공간이 탄생했다. 지하가 답답하지 않게 층고를 확보하고, 툇마루 일부를 유리로 마감해 천창이 되게 했다. 남향의 천창 덕에 지하가 밝다. 계단 공간을 서재의 일부처럼 활용해 걸터앉아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지하에서도 서까래를 볼 수 있는 한옥과 현대를 잇는 공간이라 하겠다.

크레인으로 지은 집
하지만 도심의 오래된 동네, 차가 다닐 수 없는 골목길에 있는 땅에 지하까지 파겠다고 하니 수많은 시공사가 공사를 맡길 거부했다. 폐가가 되는 것이 집의 운명이라고 포기할 무렵 뚝심 있는 시공사를 만났다. 시공사는 이웃집 너머에 있는 음식점 주차장을 활용해 크레인으로 굴착을 위한 공사 장비와 각종 자재를 실어 날라 짓겠다고 도전한다. 옛 동네에 거대한 크레인을 17차례 동원한 끝에 벙커 같은 지하 공간이 있는 한옥이 지어졌다. 작아도 넓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삶을 풍요하게 만드는 한옥을 옛 동네에 지으려 모두 애썼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도심 한옥 짓기로 기록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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