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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쌓여가는 집

위 치 서울 종로구 구기동 78-3
구 분 리모델링
용 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327.22 m2 지상층수 2
건축면적 196.3 m2 지하층수 1
건폐율 59.99 % 구조 연와조+철근콘크리트
연면적 254.25 m2 용적율 52.25 %
작품설명 [시간의 공간적 재현]

공간은 시간속에 투사되고 시간은 구축을 통하여 그 실체를 드러낸다. 시간은 공간과 함께 흔적을 남기지만 공간의 실체는 시간의 흐름에 의하여 변화된다. 시간이 진정 우리의 인식속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 일정한 실체적 형상으로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이란 그러한 인식속에서 불분명한 존재로 의식되는 시간성에 대한 형상화의 작업이다. 그러하기에 건축은 역사적이며 현존재가 지니는 통시적, 공시적 가치를 드러내주는 의미 있는 과정인 것이다. ‘시간이 쌓여가는 집’은 시간에 대한 공간적 구축에 대한 담론이자 친환경적 리모델링의 미래적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젝트이다.

[삼세대가 사는 집]

구기동 언덕기슭 풍광 좋은 남향집, 운좋게도 건축주는 재미난 공간적 배치방식을 가지고 있는 집을 매입했다. 40여평 되지 않는 단독주택이지만 1층의 거실과 부엌은 스킵 플로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2층을 두고 부엌이 1층 거실과 2층 거실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30여년동안 제대로 손보지 않는 덕에 외관은 누더기 상태 그 자체 였고 단열과 내부의 목재 사이딩 마감은 한참 동안 교체하지 않아 을씨년스럽기 그지 없었다. 마당 딸린 집에서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꿈꿔왔던 건축주는 사는 꿈을 이루기 위해 삼대가 한집식구가 되었다. 이렇듯 공간의 배치는 1층은 1세대인 어머님영역과 이층은 2세대 건축주와 아이들인 3세대가 거주하는 영역이며 그 중간의 부엌은 스킵플로어 층으로 그 두 공간을 이어준다. 책만 이천권을 소장하고 있는 건축주의 서재처럼 이곳에서 시간은 세대를 넘어서며 고서처럼 쌓여간다.

[낡은 벽돌, 새벽돌의 조화와 대비]

기존의 집에 쓰였던 벽돌은 현재는 생산되지 않는 타입의 70~80년대에 꽤나 유행했던 벽돌이다. 그 시간의 흔적은 그 벽돌의 패턴과 질감을 통해 유려하게 드러나 있고 이는 이 집의 역사와 흔적을 대변해 주는 상징물이다. 이러한 30년 전의 흔적위에 2014년 생산되어진 지금의 벽돌을 증축면에 사용하여 과거와 현재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것이 본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즉 기존의 벽돌면을 정리하여 과거의 시간과 공간을 보존한 채 새롭게 증축되는 면의 벽돌은 이와는 유사한 색을 가진 현대적인 벽돌을 사용하여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교감을 공간의 형체를 통하여 드러내고자 한것이다. 이것을 통하여 우리는 건물이 지닌 시간성을 입면의 질감을 통하여 읽어낼 수 있고 시간이 가지는 감성을 현대적인 공간적 구축을 통하여 교감할 수 있는 것이다.

[빛과 공기의 통로로서의 증축]

새 벽돌로 구축되는 증축부분의 매스는 단순한 공간적인 확장이 아닌 빛과 공기가 흐르는 일종의 설비적 장치이다. 기존의 벽돌매스의 상부에 덧붙여지는 새로운 조적조 부분에는 내부에서 데워지는 공기가 상부로 순환할 수 있게 하는 공기의 통로이자 간접채광으로 항상 일정한 조도의 빛을 상부 지붕면에서 균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 내부에는 전동창을 매입하여 여름과 겨울의 계절변화에 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즉 상부에 증축된 빛과 공기의 레이어는 전체적으로 건물의 열에너지 부하를 낮춰주고 외기의 다양한 변화에 따라서 능동적으로 내부공간을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새롭게 증축되는 면의 패턴은 현재적 시간성의 재현이자 보다 효율적인 빛과 공기의 순환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인 것이다.

[시간성이 살아 숨쉬는 공간]

유럽의 고도는 시간성이 도시에 투영되어 현재와 과거가 동시에 호흡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재료의 감성과 물성이 가져온 중요한 결과물이며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또 미래를 펼쳐내는 시간과 공간의 감성이 살아있는 곳이다. 과거의 생산방식으로 제작하였던 공간은 현대적인 재료적 감성이 덧붙여지면서 시간성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변모하게 된다. 건축은 철저한 합리적 이성으로 세워지는 것이지만 시간과 공간의 융합된 감성의 산물이라는 점은 역설적이기만 하다. 이제 도시는 채움이 아니라 비움, 양이 아니라 질, 이성이 아닌 감성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야한다. 즉 앞으로 한국의 정체성은 지금까지 팽창시켜 왔던 공간을 어떻게 질적으로 변모시킬 것인가일 것이다. 본 프로젝트는 이러한 재료의 질감이 시간성을 두고 덧붙여지면서 생성되는 건축의 감성에 관한 이야기다. 또한 이를 단순한 공간적 확장이나 증축이 아닌 기존의 열에너지 부하를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빛과 공기의 순환을 도모한 친환경 건축적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하였다.

(글 : 2014 서울시 건축문화제 자료집)
(사진 : 남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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