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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에이전시

위 치 경기 파주시 문발동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513-12
구 분 신축
용 도 업무시설 
대지면적 1321.70 m2 지상층수 2
건축면적 583.73 m2 지하층수 4
건폐율 44.17 % 구조 철골조 (core부분 R.C조)
연면적 2021.27 m2 용적율 106.52 %
외부마감 페어글래스알루미늄커튼월, 이뻬(IPE Tabebuia)(木), YS식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YS식노출콘크리트,강화유리파티션, 쿠마루( C u m ar u木) ( 床材) 아크릴계수성P.
작품설명 ‘mamas & papas’
파주출판도 시제7, 11섹터 아키텍트로서 내가 맡은 역할 중의 하나는 섹터건축
가가 관장하는 몇 개의 프로젝트 중에서 공동 작업을 할 외국건축가를 선정하는
일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가까운 이웃인 일본 건축가 중에서 선정하기로 하였
는데, 두 가지 기준이 있었다.
‘첫째, 일본이라는 정체성을 모더니즘 건축 속에서 표현하는 건축가일 것’
‘둘째,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가진 건축가로서 서로 다른 나라의 디자인 풍토를 배
려하여 공동 작업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 중에서 선정할 것’을 염
두에 두었다.
일본에는 훌륭한 국제적 스타들이 많지만 재패니즈모더니스트의 정체성을 잘 드
러내는 건축가로 다니구치 요시오, 후미히코마키, 안도 다다오, 이토도 요 같은
대선배건축가들을 필두로 나와 동년배인 히로시 나이토, 와로 기시, 그 다음 세
대인 쿠마 켄코, 세지마 가즈요+니시자와류에 등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동경에서 열린 ‘동풍 2000’ 국제심포지움에 참가하면서와로기 시와 처음
만났는데 그 전부터 자주 해외 건축 전문잡지에 등장해온 그의 치열한 작품태도
를 주목하고 있었다. 2002년 1월, 몹시 추운날 와로기시를 파주현장에 초청한
나는 파주의 풍토와 기후에 대한 나의 의견을 심도 있게 이야기하였고, 혹한 기
후에 적합한 Glass House를 짓는 것이 어떨까 라는 나의 권유를 선선히 그가
받아들여 매우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단계적으로 구분된 공동작
업을 하기로 하여 역할 분담을 하였는데, 기시 사무실이 계획 설계를 담당하고 그
후의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및 감리를 건축 문화가 맡아 진행하기로 하였다. 기시
가계획 설계를 담당하고 그후 나는 그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하여 내가 마치
기시 사무실의 chief staff가 된 것처럼 그의 디테일과 심지어는 컬러 취향까지
맞추어가는 노력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한국성이라 말할 수 있는 전체를 통합하
는 내 자신 특유의 Aura 를 가미하였다. 이러한 Aura는 모듈과 비례, 재료의 질
감과 색채로 나타나는 통일된 조화 속에서 감지될 수 있는데 나는 이것을 구현하
기 위하여 외관의 비례를 새로 만들고 불투명창의 구성과 이에 걸맞는 구조 시스
템을 구축하였다.
건축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나는 늘 아버지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설계 과정에서 보면 전체적인 방향과 개념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형
태와 기능을 부여하는 계획 설계가 아버지의 역할에 해당한다. 기본설계를 진행하
는 과정에서 여러 엔지니어와 컨설턴트들과의 협의를 거치면서 계획 설계를 발전
적으로 다듬어내는 것은 어머니의 역할과 아버지의 역할 양자의 하모니가 모두
중요시되는 단계이다. 반면에 실시설계와 감리과정은 모두 어머니의 역할이 돋보
이는 단계라 말할 수 있다. 사실 건축가는 늘 이 두 가지의 양면을 중시해야 성공
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신원 에이전시의 경우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공간상 떨어져 있어 부득이 단계를
나누어 각자의 책임을 다하기로 하였는데, 중요한 것은 이것이 성공하려면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시는 전체 공사비가 많지 않다
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계획 설계를 진행하였고, 나 역시 제한된 조건에서 최대한
그의 아이디어를 살려내기 위해 나의 감각보다는 계획 설계자의 감각을 맞추도록
노력하였던 것이다. 노련한 선수들은 별다른 합의가 없더라도 서로의 묵계에 의
하여 적절히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최적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긴밀히 양보하고
협조하게 된다. 서로의 자존심보다는 작품의 성공이 더 중요한 것이다. 건축 문화
에게 넘겨진 계획 도면은 단선으로 간명하게 그려진 A3도면 10장 정도의 것이었
지만, 그 속에는 이것을 가지고 구조 시스템을 결정하고 각종 디테일을 만드는 것
은 한국 사정을 잘 아는 건축 문화에 전적으로 일임하겠다는 표시도 함께 있었다.
나는 그러한 서로의 신뢰가 신원 에이전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게 된 원인
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내가 노출 콘크리트를 안도 스타일에서 YS 스타일(유
로폼과 송판을 이용한 연속 노출 콘크리트)로 바꾸고 바닥의 화강석을 이 뻬(IPE)
라는 브라질산 목재로 변경시켰을 때도 기시는 내 판단을 존중해 주었다. 코어
부분과 중앙부 계단 디테일을 몇 번인가 변경했을 때도 나중에 그는 참 잘 바꾸
셨소하고 좋아했다. 2년 후 건물이 완공될 즈음 역시 추운 겨울날 한밤중의 눈보
라 속을 헤집고 찾아온 그는 계속 어린아이처럼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내가“기
시상! 2년 전에 심어놓고 간 뱃속의 아이가 어느덧 몰라보게 자라 이제는 어엿한
어른이 된 기분인가?”라고 즐거운 농담을 던졌다. 물론 어머니의 역할이란 오랜
시간을 두고 노심초사하며 늘 현장에 묻여 살아야 하는 역할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없이 어떻게 자식이 태어나겠는가.
한때 한국에서 대형 프로젝트 붐이 있었을 때 많은 외국건축설계회사와 한국의
대형 설계사무소들이 협동 작업을 하였는데 많은 경우 우리 나라 쪽은 분할설계하
도급을 위한 중간자 역할의 계약행위에 치중하였고 때로는 교통정리에 지나지 않
는 일을 수행하는 사무실도 있었다. 더욱 희화적인 일은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난
즈음이면 버젓이 자기 사무소 이름으로 허가를 낸 것이므로 자신들의 독자적인
창작품인양 각종 건축상을 신청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으며, 그러한 사실을 넌지
시 외면해온 심사위원들이 발표한 그 해의 무슨 무슨 건축상을 부끄럼 없이 타는
것이다. 수상 경력을 발판으로 건교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요 심사위원까지 역임
하는 일도 일반적인 현실이 되었다.
파주 신원 에이전시 프로젝트는 한일 양국간의 중견 건축가들이 서로의 기량과 입
장을 잘 살려 훌륭한 결과를 유도해 낸 진정한 의미에서의 협동설계작업이었다
고 스스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누가 내게 이 작품을 누구의 것이냐고 묻는다
면,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요행히 무슨 무슨 건축상 후보에 올라 한 사람만 상을
받게 된다면, 누가 수상하는 것이 옳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이 작품은 기
시의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 작품에 기시의 아이덴티티가 최대
한 나타나도록 협동설계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였을 뿐이기에….
우리의 옛 글에 이러한 말이 있지 않은가.
“아버님 날 나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신원 에이전시는 한일 양국건축가의 진정한 합작품으로 그 성공적인 결과로 주위
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양사무소 스텝진의 노고에, 특별히 우리 사무실의
권순우씨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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