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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핵재료 실험동

위 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56-1
구 분 신축
용 도 교육연구 시설 
대지면적 1604 m2 지상층수 2
건축면적 570 m2 지하층수 -
건폐율 - 구조 철골조
연면적 939 m2 용적율 -
외부마감 우레탄패널위홈철판, 복층유리 내부마감 석고보드위페인트, 에폭시코팅, 부식동판, 데크플레이트노출, 아연도무늬강판
작품설명 인류학자 Edward T. Hall이 쓴 “Hidden Dimension”이라는 책에서 얄팍하고
긴 매스로 지중해로 향한 이웃의 뷰를 차단해 버린 ‘심술장이집’을 본 적이 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순환도로에서 공대로 들어가는 입구에 공대 첫 건물을 막고
서 있는 기존 건물을 본 첫 느낌은 영락없는 이 심술장이 집이었다. 더군다나 최소
한의 개구부만을 가지고 샌드위치 패널로 무신경하게 싸인 기존 건물 속에서 실
험에 몰두하던 공학도 세 명이 몇 해 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
을 생각하게 하였다.
리노베이션을 구상하며, 처음 떠오른 생각은 채광도 환기도 열악한 실내에서 자
정이 넘어서도 불을 밝히고 있는 열정의 현장을 드러내야겠다는 것이었다. 야경
이주경보다 더 의미가 있어야겠다는 선입견도 이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동의 부식이 주된 연구 주제인이 실험실은 실험 현장
이 실시간 외국으로 전송될 뿐 아니라 외국의 클라이언트와 연구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어서 대외적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예산도 풍부하여야 하나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앞서간 동료들의 교훈을 기리며 이 건물을 드나
들도록 위해 제안되었던, 상처를 덮는 붕대를 떠올릴 만한 메쉬로 된 가벽도 예산
문제로 아쉽게 실현되지 못하였다.
이전에 입주해 있던 건물에 몇 해 전 본인의 제안으로 세워진 후, 비바람에 노출
된 부식동판 벽을 옮겨와 새롭게 클래딩시킨 것도 예산을 아끼려는 리사이클링이
자 실험실의 연구 주제를 그대로 벽의 모티브로 만들자는 의도에서였다. 완만한
경사 지붕에 부분적으로 인슐레이션이 가능한 천장을 설치하는 일, 기존의 브레이
싱을 부분적으로 살리는 일 모두가 저예산의 리노베이션만이 가지는 독특한 고민
들이라 하겠다. 결국 많은 부분이 예산문제로 잘려나가 표피만 초기계획대로 남
았지만, 어떻게 보면 지속적으로 실험 주제가 변하며 새로운 기자재가 설치되어야
하는 공장형 실험실의 현실에서는 당연한 귀결인 것 같다. 낮에는 평범한 모습으
로 캠퍼스의 다른 건물들과 무난히 섞이다가 밤이 되면 24시간 가동되는 우리나
라 과학기술의 살아 있는 현장을 등대와 같이 밝히겠다는 취지는 관철된 셈이다.
유일한 사치는 노랗고 파란 컬러 벽에 불과했지만 관악산과 캠퍼스로의 파노라마
뷰를 여는 창가에 개인용 책상을 배치하지 못하게 한 것에 불만을 가지던 연구실
학생들이, 좋은 공간일수록 비워두고 함께 공유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기
를 바랄 뿐이며, 이공계 학생들이라고 항상 열악한 실험실에서 시간과 다투며 위
험에 처해야만 좋은 실험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새 건물로 옮겨간 후 학생들의 차림이 갑자기 프로페셔널하게 되었다는 담당 교수
의 전언이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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