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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화(體化)의 풍경

위 치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6-3
구 분 리모델링
용 도 제2종 근린생활 시설 
대지면적 64.50 m2 지상층수 4
건축면적 53.79 m2 지하층수 -
건폐율 83.40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연면적 191.12 m2 용적율 296.31 %
작품설명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몸에 맞는 다양한 옷을 찾는다. 때론 더하고 덜함의 불편함이 어느새 자기 몸처럼 느껴지는걸 깨닫게 되는 순간 옷과 몸은 하나가 된다. 그리고 옷은 몸을 감싸고 몸과 함께 숨을 쉬게 된다. 건축 역시 옷과 다르지 않다. 사람의 뼈대와 같은 구조 골격 위에 다양한 형상의 옷을 입게 된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 익명의 모든 건축물은 그렇게 자신의 몸과 맞게, 때론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존재한다. 여기서 건축가는 새롭게 골격을 만드는 행위(신축) 외에도 기존 골격에 다른 옷을 입혀야 할 행위(리노베이션)를 하기도 한다.

관훈동 196-3번지 소재의 이 건물 역시, 40년 이상 인사동의 길 한 자락을 굳건히 지켜오며 몇 번의 옷을 갈아입었다‘. 돌실나이’라는 우리고유의 전통적 일상복을 바탕으로 재해석된 우리옷을 디자인하며 문화적 관심의 열정을 가진 건축주는 돌실나이 의류 매장 및 문화를 위한 가변의 장소로 거듭나길 원하였다‘. 삼베를 짜는 기술’이란 어원의 통로는 내 의식 속에서 건물의 외피와 내부를 결정짓는 단서와 연결되었으며 직물의 다공(porosity)과 유연함의 물성은 전돌과 자작나무로 치환되었다.

오랜 시간 다른 옷들로부터 감춰져있던 앙상한 골조는 동일한 크기, 1,800 X 1,800mm의 보이드(void)를 통해 새로운 몸의 구조를 가지게 되어, 오히려 새로운 외피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보이드의 불규칙한 배열은 주변의 정형화된 입면에 대한 긴장감이며 전체적인 표면 구성은 조적 쌓기의 원시성과 직물의 다공 형상의 양의성을 띄게 된다.

입면의 보이드는 전돌의 다공 밀도(0%, 50%, 100%)에 의해 기존 골조가 들어나기도 하고 사람의 다양한 행위를 엿보거나 담쟁이가 자라나는 틈으로 빛을 발산하거나 흡입하기도 하며 주변의 경관과 잔잔히 호흡하게 된다.

결국, 옷과 몸이 하나가 되어야 할 과정을 통해 주변의 경관과 다시 숨을 쉬게 하는 것‘, 체화의 풍경’을 위한 작업이 되었다.

글 : 정영한, 사진 : 김재경

[재구성에 의한 표정 만들기 Creation look by Re-composition]

우리의 도시는 무분별한 복제에 의한 차이 없는 외양으로 가득차거나 한시적으로 번지는 서구 트랜드의 영향으로 발생한 표상적 아이덴티티의 결과로 어느덧 표정 없는 도시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건축의 외양, 즉 표피(SKIN)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리노베이션 경우엔 요구되어질 새로운 프로그램에 의한 표피와 내부 공간의 반응이 동시에 일어나야 하므로 더더욱 그렇다. 또한 기존 구조에 의한 고정적 영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 일부를 철거하여 표피와의 관계를 맺거나 단순히 건물 표피와 내부 마감 재료만을 변경하는 것도 리노베이션의 최소범위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기존 구조부(기둥, 보)를 모티브로 또 다른 표정을 만드는 작업이다.

즉 구조위에 감싸 있던 기존 외피를 걷어 내고 기 구조의 일부를 들추어내어 새로운 표피와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 즉 건축 수법은 재구성(Recomposition)이다. 마치 새로운 표피에 의해 구조형태가 구성된 것처럼.

[벽돌의 다공성과 은유 Porosity and Metaphor of brick]

직물의 씨실과 날실 구성과정과 그 형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미 물성자체의 다공성을 가지는 재료 중 벽돌을 선택했다. 쌓아 올린다는 의미의 조적방식은 시간성과 동시에 정밀함을 요구하며 완성 이후에도 오랜 시간 그 물성의 변화가 느리다. 이러한 물성의 몇 가지 속성으로 벽돌을 결정하였다.

또한 우리는 몇 가지 쌓는 방식 (stacking method)을 제안했다. 조적방식은 일반적으로 쌓아서 자체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높이의 한계가 있어 이에 대한 보조수단으로 구조 프레임 디테일 역시 필요로 했다. 몇 가지 쌓기 방식 중 비 현실적 대안과 수직적 높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는 쌓기 방식의 새로운 대안 찾기 보다는 쌓기로 인한 다공성의 재구성 (Recomposition of porosity)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즉 이미 정해진 다공의 패턴을 입면에 평면적 배치 방식이 아닌 쌓기 방식에 의한 다공 비율을 조절하며 그 밀도에 따른 구성에 의해 입면변화를 가지게 되었으며 동시에 직물의 형성 과정과 형상을 은유하게 되었다.

[다공성과 비례의 재구성 Porosity & Proportion of Recomposition]

다공성에 의한 입면은 유리의 물성이 적용된 입면 이상으로 더 투명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1.8MX1.8M의 동일한 보이드(void)가 제한된 2면 즉 전면 및 우측의 입면을 반복적으로 채우는 동안 입면은 점점 더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이 보이드는 채광, 조망, 환기라고 하는 1차적 기능의 개구부 성격이 아닌 표피의 투명성을 위한 전략이며 동시에 기존 구조부인 보, 기둥의 형태를 들추어 새로운 표피와의 재구성을 위한 또 다른 다공성이다.

가로, 세로 1.8M의 보이드의 선택은 사람의 다양한 행위관찰이 가능한 최대 스케일로 최소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입면 구성이 원칙이었다. 또한 이 보이드에는 쌓기 방식의 결과로 오픈 비율 0%, 50%, 100%의 세가지 유형이 적용되어 다양한 다공들의 재구성이 탄생되게 되었다.

<글·사진 : 제31회 서울시 건축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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